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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선우 씨를 만나고 와서.
내가 봤던 배우세상의 연극 중 전 배역이 서로 다르게 더블 캐스팅된 첫 번째 작품이었던 것 같다.
17일 김갑수단장님의 연극, 그리고 29일 어제 젊은 팀의 공연을 한번 더 보고, (배우세상의 연극은 보통 2번 이상 본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연극을 보는 내내 의문이 들었던 부분이 이해가 될까 싶어 원작의 영화 "The Sea inside"까지 보고
이 글을 적는다.
솔직히 첫 날 보다 두 번째로 연극을 보러가는 어제가 가는 내 내 기대도 더 많이 되고, 설레었다.
17일 날 봤던 김갑수 단장님쪽의 연극은 주인공은 물론이고 전 배역 모든 배우들이 워낙 노련하고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분들의 연기라, 보는 내내 연극이 아니라 그냥 TV를 통한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편하게 극에 몰입되어
좋긴 했지만, 아직은 좀 서툰 모습이 보여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대학로 연극배우들의 거친 "날"느낌을 받을 수 없는 게
좀 아쉬웠었는데, 젊은 팀은 같은 극을 하는 대선배님들 과의 간극을 어떤 식의 어설픔으로 극복하려는지가 궁금했고,
또 그들이 해내기에 좀처럼 쉬어 보이지 만은 않는 다른 연령대의 배역에 대한 감정표현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도
궁금했다. 연기의 기본도 모르는 관객이지만, 두 팀의 차이를 보면서 그들이 하는 작은 몸 짓과 표정 하나까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고, 나보다 그런 점을 더 잘 알고 있을 연기자들이기에, 앞으로 그만큼 더 발전할 배우들과 배우세상의 모습이 기대가 된다. 기본적인 줄거리와 관념적인 부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각자 연극을 직접 보고 직접 느끼는 게 낫다고 생각 하기에 적지 않고, 같은 연극을 하는 두 팀의 연극을 보고 나서 느꼈던 차이점만 적을까 한다.
그리고 연극을 본 사람들 중에 이런저런 부분에서 내용상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원작의 영화 The Sea insdie를 한번 볼 것을 권한다. 나도 처음엔 연출상의 미스가 아닌가 생각됐던 몇몇 부분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와 연극의
시, 공간적 표현의 가능 범위 차이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수정이었음을 알았다.
하나. 고선우 vs 고선우 - 젊은 선우 씨 좀 더 많이 그리고 더 크게 웃어주세요.
17일 김갑수 씨의 고선우 역할 연기를 보고 처음에는 좀 의아했다. TV에서 보던 차분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게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상기된 어톤과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는 큰 웃음소리, 그리고 좀 과장된 것 같은
표정의 미소들. 도대체 왜 저렇게 과하게 많이 웃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제 29일 같은 역할을 한 한동완 씨의 선우 씨 역할에서는 딱 내가 김갑수 씨를 보며 느꼈던, 조금만 힘을 뺐으면 좋겠다고 한 그만큼의 힘을 뺀 웃음소리와 줄어든 웃음 횟수 그리고 과하지 않은 표정의 미소로 연기를 했다. 참 이상한 것은 딱 원하던 만큼 웃어주는 젊은 선우 씨를 보며 극이 끝날때 까지 선우씨가 선우씨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거다. 어딘가 모르게 좀 아쉽고 모자란 느낌의. 그것에 대한 해답은 원작 영화를 보고 찾았다.
"왜 그렇게 자주 웃나요, 라몬(선우)?"
"도망갈 수 없고, 남들에게 계속 의지할 수도 없을 때 웃음으로 울게 되지요"
영화 내내 보이는 라몬(선우)의 웃음은 김갑수 씨가 연기한 웃음의 표정과 똑같더라.
고선우 씨를 표현하는데 가장 중요했던 건 대사보다 그 슬픈 웃음이었던 것 같다.
젊은 선우씨. 좀 더 많이 그리고 더 크게 웃어주세요. 그렇게 울어주세요.
둘. 관객으로서 느낀 "1초의 차이"
전 배역을 통틀어 금, 토, 일 팀과 화, 수, 목 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 "1초의 차이"였다.
연기를 하는 분들 사이에서는 이런 걸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화, 수, 목 팀의 배우들은 금, 토, 일 팀의 같은 장면의 같은 대사에서 보다, 1초 더 빠르게 그리고 1초 더 느리게 대사가 시작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이 짧은 시간의 차이가 전달하는 미묘한 느낌의 차이 때문에, 똑같은 장면에서 관객들의 웃음소리와 공감의 탄성이 금, 토, 일 팀에 비해 적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많은 장면에서 서로 대면한 채 대사를 처리해야 하는 고선 우와 강민재의 대화 장면에서 서로 간의 대화가 이어지는 사이사이의 1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두 사람의 표정과 호흡이 "無"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때때로 대사를 잊어 먹은 게 아닌가 하고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물론 이건 제가 금, 토, 일 팀의 공연을 보고 나서 봤기 때문에 느낀 부분 이겠지만.
셋. 대본의 차이인 것 일까 애드리브일까.
"선우 씨 어디 가세요"는 창작 번안극이기 때문에 원작과 주요 대사가 동일한 장면이 많다.
궁금했던 건 금, 토, 일 팀은 대부분의 대사가 같은 장면에서 영화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데 비해서 화, 수, 목, 팀은 같은 장면에서의 대사가 영화와 금, 토, 일 팀에 비해 완전히 달라지거나 조금씩 변형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는 거다.
이게 대본이 다른 차이인지 배우들의 애드리브인지 모르겠다. 애드리브이란 것이 상황에 맞게 적절히 구사된다면 극의 흥미를 유발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 이겠지만, 화, 수, 목팀에서 빼먹거나 바뀌어서 연기된 대사의 대부분이 작은 부분이지만 극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대사들이었다는 거다.(영화를 보고 느낀 부분이다.)
금, 토, 일 팀은 그런 부분이 거의 없었던 것을 보면 내가 느꼈던 그 부분에 대해서 똑같이 캐취가 되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인데,
혹 화, 수, 목팀의 대본이 다르다거나 애드립인것 이라면 조금만 더 신경 써 주셨으면 좋겠다.
넷. 화,수,목팀 배우들에게 드리고 싶은 한마디.
to 선우 - 대사가 없는 부분에서 계속 마른침을 삼키는 버릇이 있으세요. 고치셨으면 좋겠습니다!!
to 민재 - "나 못하겠어" 보다 금, 토, 일 팀이 했던 "나 살고 싶어"쪽이 더 가슴에 와닿았었습니다.
to 복순 - 선우 씨를 보내며 하는 대사는 끝을 올리는 의문형 억양보다 금, 토, 일 팀의 평어형 억양이 더 여운이 남았습니다.
to 나무 - 한 번밖에 안 하는 욕 이왕 하는 거 더 강하고 맛있게. 김구라 씨처럼요. ㅎㅎ
to 가량 - 정말 비가 와버렸네요!! 근데 둘이서 신문지보다는 할아버지 혼자서만 우산 쓰고 뛰어가 시는 쪽이 더 웃겼어요.^^
to 바울 - 같은 장면에서 김용민 씨가 선우 씨쪽을 바라보며 고민하고 계단을 무시하는 장면 하나가 웃음 크기의 차이를 만들어
습니다.
to 순옥 - "일주일"에서 시작하자마자 저희 놀라게 하신 분 맞으시죠!! 항상 강한 인상을 받고 갑니다.
to 베드로, 명우, 형석, 인태 - 다른 부분 신경 쓰느라 금, 토, 일 팀과 크게 다른 부분을 찾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to 연출팀 - 어제 생략된 마지막 장면은 극의 흐름 상 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었는데, 삭제된 게 많이 아쉽습니다.
모든 게 다 완성된 노련함과 대중적인 건 싫어하는 나라서 좋아하는 배우세상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은 공연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가를 알게끔 단장님도 지금처럼 가끔씩은 얼굴을 비춰주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