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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Information

[기억의 재 구성] - 아이리버를 몰락시킨 IFP-590

by No.Fibber 2013. 11. 27.

목차

     

    프랭크타임의 [기억의 재구성]은 IT 업계의 의미있는 사건 사고 중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과 다른 내용을 가진 뒷 이야기들을 소비자가 아닌 중간자의 입장에서 정리한 콘텐츠 입니다.

     

     

     

     

     

     

     

     

    아이리버는 몰락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이리버의 부활을 희망합니다.

     

    하지만, 그런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잊혀질 만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만약 아이리버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탄생한 기업이라면, 지금 쯤 얼마나 커나갔을까 라는 상상. 내나라를 안좋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더 많은 가치를 전하고자했던 양덕준 사장이 철부지 돈키호테가 될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유연한 사고를 가진 나라였으면 어땠을까, 혹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넓은 나라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이 좀 잦았을 뿐 입니다.

     

    2005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장 빌게이츠는 CES 기조연설에서 아이리버 H10을 들고나와 극찬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아이리버 역사상 최고의 순간 입니다. 하지만 실체는 전 세계를 호령하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전 세계를 호령하고 싶던 아이리버가 점점 빠져들기만 하는 애플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심정으로 행했던 "초라한 동맹"일 뿐입니다.

     

     

     

     

     

     

    애플 아이팟 셔플로 대표되는 삼성대 애플의 플래시 메모리 덤핑공급, 즉 삼성의 중소기업 죽이기 전략을 아이리버 몰락의 가장 큰 이유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모두 틀린 것은 아닙니다. 분명 삼성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의 수 많은 중고 MP3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계약을 시장논리로 정당화 하며 진행 했고, 그 때 우리나라 중소 MP3업체들은 대부분 망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리버는 이미 삼성의 이 공격에 다운 될 수 밖에 없는 그로기 직전의 상태였습니다. 그 위기를 타계하고자 닥치는대로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정점이 바로 아이팟의 카피캣 H10 이었죠. 무슨소리? 그렇게 잘나가던 아이리버가 그로기상태였다고? 말도 안되!!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아이리버 최고의 제품 IFP-590? - 매니아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담다

     

     

    1GB 플래시 메모리 탑재

     

    마그네슘 합금 바디

     

    OPTICAL OUT(광출력)

     

     

    그래서 가격은 59만원

     

     

    아이리버의 IFP-590은 제가 IT시장에서 상품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모든 생각을 뿌리채 날려버렸던 제품입니다. 어떻게 보면 프랭크타임이라는 곳이 생기도록 만든 제품이기도 합니다. 이때 이 제품이 아니었다면, 전 여전히 스팩과 기술의 트랜드를 쫒으며, 스팩우월주위에 빠져있었을 테니까요.

     

    이 제품을 세글자로 소개하면 "완전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장에서 끌어다 쓸 수 있는 스팩은 모두 다 때려박은 최고의 제품. 좋게 포장하면 "좋은 미니음향기기"를 만들고자 하는 아이리버의 열정을 메뉴얼만 읽어도 알 수 있게 만드는제품. 덕분에 언론과 매니아들이 모인 모든 사이트에선 IFP-590이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고 그 과감한 스팩에 탄성이 나올 수 밖에 없었죠.

     

    시대적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IFP-590은 매니아들 중심으로 포진하던 일본회사들의 MD와 CD위에 군림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제품이기도 했고, 이 긍정적인 평가 덕에 IFP-590은 아직까지도 잘나가던 아이리버가 출시했던 굉장히 훌륭한 명기로 회자되고는 합니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제품이 아이리버에게는 칭찬말고 어느정도의 실제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었을까요?

     

     

     

     

     

     

    아이리버 몰락의 시작 IFP-590 - 매니아가 원하는 제품과 시장의 괴리

     

     

     

    이 제품이 출시한 2003년, 전 대한민국에서 단일상점으로는 아이리버 제품을 가장 많이 판매하던 곳에서 근무 중이었습니다.

    전작인 IFP-180을 하루에도 수백대씩 팔아치우던 상황에 출시가 예고된 IFP-590은 저에게는 IT매니아로서 심장이 평소보다 10배는 빨리뛰는 급격한 흥분을 안겨주었고, 근무하던 상점의 사장님께는 평소보다 10배는 늘어날 매출이라는 행복한 미래에 대한 상상을 안겨주는 제품 이었습니다.

     

    시장의 반응도 굉장히 뜨거웠기에 60만원짜리 제품을 200대(1억2천만원 어치)주문했습니다. 하루 이틀 팔고 며칠있다가 또 주문할테니 물건 준비해 놓으라는 호기로운 멘트와 함께. 하지만 그때 들어온 200대의 IFP-590은 한 달동안 단 10대가 팔리는데 그쳤고, 나머지 190대는 창고 한켠에 쌓인채 2년넘게 방치 되었습니다.

     

     

     

     

    정황상 아이리버는 이 제품을 수년 뒤 19만9천원에 덤핑처리 할 때까지 추가생산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제가 근무하던 상점만해도, 덤핑판매 후에도 쌓여있던 재고를 다 처리하지 못했으니까 말이죠. 상점 한곳이 떠않은 손실이 단 한번의 스타트오더에 1억이 넘었습니다. 과연 아이리버는 어땠을까요?

     

    나를 포함한 매니아들의 허황된 바램은, 세상의 "소비자"를 현혹 할 수 있는 무기가 절대로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고, 시장에서는 스팩이 절대 가격을 넘어서는 가치를 창출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그러고나니 미쳐 놓치던 것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시장에서 제품 이상의 높은 가격에도 팔려나가는 "명품"들은 그 가치가 단지 "스팩"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런제품이 나와야한다 어쩐다 말 많은 매니아 치고 많은 제품을 구매하고 경험해보며 의견을 개진한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달라진 아이리버,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아이리버는 IFP-590 출시 이전과 그 이후로 나뉠 수 있습니다. IFP-590의 실패 후, 아이리버는 스팩경쟁이 아닌 세상에 없던 가치를 선사하고자 하는 제품들을 연이어 발표하며 찬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의 제품들이 실패하거나 아예 출시도 되지 못했습니다. 진짜 길을 찾았을 때 아이리버의 힘이 얼마나 약해져 있었는지 알수 있는 대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리버의 디자인 하면 떠올리는 것이 이노디자인과 함께한 프리즘 IFP-180입니다. 하지만 이 제품 성공의 핵심은 디자인이 아니라 가격경쟁력이라는 아이러니, 그리고 진짜 아이리버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를 완성하며 찬사받았던 U10과 클릭스,UNIT2등은 많은 성공을 함께한 이노디자인과 결별 후에 나왔다는 점. 겉으로 보기에는 항상 화려해 보이기만했던 아이리버가 내부적으로는 얼마나 많은 부침과 엇박자 속에서 고뇌했는지 예상 할 수 있습니다.

     

     

     

    시장논리로 정당화 하는 삼성의 자본게임은 분명 아이리버를 몰락시킨 요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아이리버가 몰락한 가장 큰 이유는 본인 스스로에게 있다고 봐야합니다. 카피캣 제품으로 당당하게 사과씹는 이미지를 내보냈던 광고가 다소 불편해 보였던건, 소니를 도발하던 SORRY SONY광고에는 있는 그들만의 도전과 열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리버의 몰락이 두고두고 아쉬운건, 자의던 타의던 자신들의 몰락에 일조한 많은 요인들이, 그들이 소비자들에게 주고자 했던 제품으로서의 철학이나 아이덴티티의 부족이 아니라,  마인드콘트롤의 부족에서 발생한 하지 않아도 되는 실책이었다는 점 때문 입니다.

     

    IFP-590이 출시된지 10년이 지난 지금, 변해야 할 강산은 변하지 않고, 소비자들을 즐겁게 하던 시장은 참 많이도 변했습니다.많은 사람들이 화면이 몇mm 더 커지나, 게임이 얼마나 더 빨리 실행되나라는 제조사와 자본이 만든 똑같은 기준에 휘둘리며 끌려다니고 말려들고 있습니다.

     

    요즘을 사는 우리들을 맞이하는 IT제품들에는 "성능"은 있지만, "로망"이 없습니다. 손바닥 만한 전자제품을 사면서도 충분히 심장은 사랑에 빠진 것 처럼 설레일 수 있습니다.

     

    저와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부활은 어쩌면 아이리버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뛰는 심장이 그리운 것일지도요.

     

     

     

     

     

    Sorry, SAMSUNG & APPLE

     

     

    이라는 도발이 보고싶습니다.

     

     

     

     

     

     

     

     

     

     

     

    20131127 Frankt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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