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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EOS 100D 이미지 출처 : ephotozine.com
캐논 100D, 참 괜찮은 DSLR이 출시 되었습니다. 누가 봐도 와!! 할만큼 작은 크기와, 사진을 촬영하는데 조금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성능까지. 2012년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량 8천만대를 넘긴 EF렌즈의 거대한 인프라를 바탕에 두고 출시한 제품이니 만큼,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 부터 이미 중급기 이상을 다루고 있는 하이아마추어 사진가에게도 여러모로 매력적으로 다가올 카메라라 생각됩니다. EOS100D는 캐논이 현재 DLSR이 부딪힌 난관을 헤쳐가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입니다. 하지만 DSLR의 암울한 미래를 애써 외면하는 최악의 자충수 이기도 합니다.
바디성능이 별로다, 마케팅이 병신이다, 아무리 입에 걸레물고 지랄 해봐야, DSLR은 캐논에 의해 꽃 피웠습니다. 현재도 유효합니다. 지난 10년간 금방 무너질 것 같던 디지털 카메라시장이 긴 시간동안 견고하게 유지 될 수 있었던 것은 캐논이 있었기 때문 입니다.
돌아 보겠습니다. F707과 G1을 들고다니며, 자신이 대단한 사진가라며 유세떨던 사람들이 침만 흘리며 바라보던 동경의 모델, 캐논 EF마운트 최초의 DSLR D30이었습니다. D30후속 D60을 300~400만원 이상 주며 어렵게 구입해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던 찍사들에게 하루아침에 중고가 150만원 하락이라는 엄청난 충격파를 던지고, DSLR시장 폭발의 신호탄을 쏴 올린 모델, EOS 10D였습니다.
100만원대 판매가를 최초로 실현하며 DSLR을 디지털 카메라 시장 폭풍의 핵으로 만든 모델이 무었이었습니까? EOS300D 였습니다. 그 다음, 엄청난 판매량으로 개나 소나 DSLR들고 다녀 쪽팔려 DSLR 못 쓰겠다는 장비병 환자들의 무개념 발언을 만든 모델, EOS 350D/400D/450D 였습니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 될 수록 엔트리 EOS의 크기는 더 작아지고, 가격은 점점 싸졌습니다.
EOS 100D는 캐논이 꽃 피우고, 완성했던 DSLR 시장변화의 정점에 선 모델입니다. 그리고 현재 DSLR에게 필요한 요소와, DSLR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모두 포함한 역사의 산물입니다.
2007년 캐논 보급형 DSLR모델이자, DSLR을 대중에게 꼭 갖고 싶은 위시아이템으로 만든 모델, EOS350D의 광고 카피는 다음과 같습니다.
"내 인생의 작품하나"
3~4년 호황을 누리다. 미러리스라는 새로운 이슈를 만났던 2010년은 어떨까요? 중급기 EOS 60D 보급기 550D의 광고 카피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렵다 < 어렵지 않다 < EOS550D
무겁다 < 무겁지 않다 < EOS60D
모든 공산품은 성능을 넘어, 소유욕을 자극 할 수 있을 때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습니다. 소비자로선 달가운 일이 아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상품은 자신의 가치를 대변하여 대외적으로 내보이는역할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만큼, 가치의 포장이라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캐논 스스로 말하는 자신들의 DSLR에 대한 가치와 방향이 가지고만 있으면, 넌 작가가 될 수 있어에서 어렵지 않아, 무겁지 않아 너무 부담갖지 말고 한 번 사보지 않을래? 로 바뀌었습니다. 왠만한 대중 소비자들에게의 보급이 정점을 찍고 완연한 하향곡선이 시작된 550D의 판매시점과 변화의 시기가 일치 합니다.
시장 점유에 가장 중요한 매스 마켓에서 맞닥드린 미러리스와의 정면충돌은 생각보다 더 큰 충격이었을겁니다. 550D와 60D의 광고 카피를 하나로 합치면 "가볍고 사용하기 쉽다"입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과 비교 해보면, 대중들의 판매량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던 DSLR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캐논의 고민이 매우 컸을거란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크다,무겁다,거추장스럽다,어려울 것 같다,부담스럽다. 그동안은 워너비 아이템이라는 상징성과 대안이 없다는 현실에 부딪혀 잘 보이지 않던 DSLR에대한 소비자들의 구매욕 저하 요인들 입니다.
대중들에게 있어서 이 단점들은 미러리스 카메라의 출시와 발전에 맞물려 하나 둘 소비 성향으로 표출되기 시작했고, 캐논은 부랴부랴 이전 보급형 라인업보다 더 가격을 낮추고 크기를 조금 줄인 마이너 체인지모델들을 발표 했지만 연달아 무참히 실패 했습니다. (캐논 EOS 1000D/1100D)
EOS100D는 캐논이 지난 3년간 애써 외면했던 DSLR이 시장에서 가지는 한계를 마지못해 인정한 첫 번째 모델이면서, 그동안 대중들이 DSLR에 가졌던 불만들을 가장 멋지게 해결한 모델입니다. 좋은 모델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보는 법, 출시하자마자 판매량도 매우 높은 편입니다.
EOS 100D의 출현과 함께 캐논이 미러리스 카메라의 존재를 얼마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 또 얼마나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지, EOS-M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09년에 나오고도 느려터졌다고 욕먹었던 올림푸스 E-P1보다도 더 느린 가당치도 않은 성능에, 미러리스 카메라의 본질을 무시한체 카메라만한 아답터를 달면 자기들 DSLR용 렌즈를 쓸수 있다고 자랑하는 "EOS의 DNA를 계승했다"의 거창한 광고문구까지. 착각도 이정도면 정신병 수준입니다.
1위 시장 점유를 이용해 미러리스가 쓸 것이 못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일부러 이상한 제품을 출시하는 작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습니다.차라리 큰 성과는 거두지 못 하고 있지만, 또 다른 방향성과 전혀 다른 메시지로 일반 소비자를 유혹하고자 했던 니콘 1과 펜탁스 Q의 방향성이 더 낫다고 보여질 정도입니다.
브라운관 TV를 고집하던 소니의 몰락, 스마트폰(안드로이드)를 외면하던 노키아의 몰락, 21세기의 소비시장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조사가 현재 아무리 크고 거대한 기득권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이 미진 할 시, 그 잘못으로 인한 실패와 몰락에 놀라거나 슬퍼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과거의 영광에 집중해 현재의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려는 EOS 100D의 출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캐논 카메라의 미래를 위한 최악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잠시 추스리고 현재의 DSLR시장을 다시 한번 집어 보겠습니다. 6D와 D600의 출시는 그간 60D/7D/D7000정도가 받치고 있던 중고급 하이아마추어시장을 보급형 풀프레임 DSLR이 1~2년내 완전 잠식한다는 것을 뜻 합니다.
100D의 성공은 보급형 풀프레임/플래그십 풀프레임 DSLR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을 100D정도의 작고 가벼운 DSLR이 잠식하며, 미러리스와 경쟁을 해야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엔트리 DSLR로 미러리스와 경쟁을 하여 이기겠다는건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닥 적합하지 않아보이는데다가, EOS-M의 상태를 보면 이제와서 캐논이 APS-C급의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투자하는 것도 승산이 적어보입니다.
남는 것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입니다. 소니가 RX1을 내놓은 것 보면 조만간 렌즈교환형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내놓는건 자명한 사실이고, 그에 발 맞추어 캐논이 현재 가장 효과적으로 전세를 역전 할 수 있는 방법은 6D보다 더 저렴한 100만원 중 후반대의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하루 빨리 내 놓는 것입니다. 캐논이 10D/300D로 보여줬던 시장의 충격파가 다시 한 번 필요하다는 뜻 입니다.
물론 보급형 DSLR과의 시장간섭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입니다. 전체 매출은 예전보다 못 할수도 있겠죠. 하지만 현재 디지털 카메라 메이저 회사 중 가장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DSLR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캐논 입니다. 얼마나 더 버냐 못 버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루아침에 회사가 몰락하냐 아니냐의 기로일 수 있습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캐논 EOS 100D의 성공이 의미하고 있는 것을.
캐논 EOS 100D는 캐논의 현재를 위한 신의 한 수이자, 미래를 위한 최악의 자충수 입니다.
미러리스가 최고라는 뜻이 아닙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뜻 입니다.
2013.05.14 Frankt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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